부암동에서 보낸 어느 멋진 하루
부암동의 멋과 맛, 핫 플레이스 5
서울서 나고 자란 이들은 고향에 대한 애틋함이 남다르다. 복잡한 도심 속, 좁은 골목길을 걷다가 문득 유년의 추억을 만나곤 아름다운 시절을 떠올린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도시에서 아련한 옛 모습을 만날 수 있어 서울 토박이들의 고향이라 부르고 싶은 동네, 부암동은 소박한 감성과 감각적인 트렌드가 공존하는 곳이다. 부암동에서 하루를 보내고 나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 호젓한 골목길에서 슬렁슬렁 헤아려봐도 열 손가락으로 부족하다.
[왼쪽/오른쪽]'소소한 풍경'의 밥상에서 사랑받는 얼큰한 가지찜 / '부암동 빙수집'의 대표 메뉴인 팥빙수에 단팥이 그득하다.
AM 10:30 부암동 정류장에서'황당'과 만나다
부암동 산책은 평일이 좋다.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7022번 버스를 타고 부암동주민센터에 내리는 일이 주말보다 한갓지다. 부암동 첫 번째 정류장인 주민센터에 내리면 '노란집'으로 불리는 카페 '황당'이 있다. 부암동 주민인 박상준 작가의 열린 공간이다. 부암동을 찾는 이들에게 부암동 산책 안내소를 지향하는 카페이자 문화 공간이다. 그의 카페 '유쾌한 황당'에는 부암동의 무궁무진한 매력이 숨어 있다. 그를 따라 나서면 나지막한 담 너머로 정성 들여 키운 누군가의 꽃밭을 만나고, 담 너머로 뻗어가는 나무를 위해 담벼락을 헐어낸 누군가의 넉넉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읽는 재미가 가파른 언덕길에 만나는 산바람보다 시원하다. 숨차게 올라간 자하미술관에서 내려다보는 서울은 어느 전망대에서 보는 풍경보다 넉넉하고 진중하게 다가온다.
[왼쪽/오른쪽]나무를 배려하는 주인장의 마음이 느껴진다. / 담벼락을 헐어 나무가 자랄 수 있게 했다.
[왼쪽/오른쪽]카페 황당은 부암동의 카페이자 문화 공간이다. / 자하미술관에서 서울이 고스란히 내려다보인다.
PM 12:30 '소소한 풍경'에서 가지찜을 만나다
환기미술관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소소한 풍경'은 예쁜 정원이 있는 2층 가정집을 개조해 퓨전 한정식을 선보이는 한식 레스토랑이다. 잘 꾸며진 정원이 내다보이는 편안한 1층도 좋지만, 방마다 색다른 가구와 소품으로 개성 있게 꾸민 2층은 모임이나 데이트 장소로 인기 있다. 다양한 가격대의 런치와 디너로 준비되는 코스 요리에는 가지찜과 훈제한방오리구이 등 퓨전 요리가 선을 보인다. 식전 호박죽은 계절에 따라 따뜻하게 혹은 시원하게 준비된다. 오렌지 드레싱을 얹은 견과류 두부샐러드, 곤드레 밀전병과 김치 밀전병, 연어 카프레제가 전채 요리로 나온다.
'소소한 풍경'의 전채 요리
식사 메뉴로는 훈제한방오리구이와 삼겹살구이가 따끈하게 준비되고, 얼큰한 가지찜과 잡곡밥, 기본 찬이 차려진다. 양념한 소고기를 가지 속에 넣고 육수에 매콤하게 끓여내는 가지찜은 말랑하고 폭신한 식감에 담백한 맛이 입맛을 사로잡는다. 영업시간 12:00~22:00. 런치 1만 4,000원~2만 3,000원, 디너 코스 1만 9,000원~3만 5,000원.
'소소한 풍경'의 스페셜 메뉴, 가지찜
PM 3:30 백사실계곡을 지나 '부빙'을 만나다
부암동 산책 코스 중 가장 인기 있는 길은 치킨 골목에서 동양방앗간을 지나 '산모퉁이' 카페에서 백사실계곡으로 이어지는 코스다. 도심에 이렇게 울창한 숲과 계곡이 있다는 사실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백사실계곡을 걷고 부암동으로 돌아오면 가게를 오픈하는 데만 3년이 걸렸다는 '부암동 빙수집'이 기다리고 있다. 완주에서 계약 재배하는 팥의 품질은 물을 것도 없고 팥빙수에 들어가는 떡은 물론, 시럽과 연유도 직접 만든다. 얼음 빼고는 모두 홈메이드라 하니 더욱 믿음이 간다.
100% 생딸기로 만드는 딸기빙수
생딸기를 잼처럼 졸여 거칠게 갈아낸 얼음에 얹어내는 강렬한 비주얼의 딸기빙수는 여자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한입 떠서 입에 넣는 순간 고개가 끄덕여지는 맛이다. 영업시간 14:00~23:00, 월요일 휴무. 딸기빙수 8,000원, 팥빙수 7,000원.
[왼쪽/오른쪽]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상큼한 블루레몬빙수 / 1년 내내 빙수를 맛볼 수 있는 '부암동 빙수'
PM 7:30 부암동의 일몰과 골목 '사이'치킨을 만나다
부암동에서 5분만 걸으면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 닿는다. 서울에서 붉게 물든 노을을 가장 쉽고 가깝게 볼 수 있는 방법이다. 도심 속으로 해가 저무는 풍경은 행성 B612에서 어린 왕자가 보았던 일몰처럼 쓸쓸하고 아름답다. 마침내 부암동의 '치맥'이 위안이 되어줄 타이밍이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서 바라본 일몰
부암동에서 꽤 유명한 '계열사'와 '몽스키친'은 늘 부암동 여행자들로 북적인다. 치킨 골목으로 들어서는 건널목 앞에 작은 골목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인다. 골목 사이에 있는 '사이' 치킨집이다. 독특한 간장소스와 숙주나물이 만나 부암동 치킨 골목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부드러운 닭다리와 아삭한 숙주가 채소 효소액이 들어간 간장소스와 함께 입안에 착착 붙는다. 평범한 프라이드치킨이 요리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영업시간 17:00~24:00. 사이치킨 1만 8,000원, 프라이드치킨과 숙주 2만 5,000원.
[왼쪽/오른쪽]'사이'의 대표 메뉴인 사이치킨 / 골목 사이에 자리한 '사이'
PM 9:30 잠든 부암동 언덕길, '심야오뎅'을 만나다
부암동에서 하루를 온전히 보내고 나면 당장 부암동 주민이 되고 싶다가, 다시 마음의 고향으로 두고 싶다가, 철없는 갈등에 하루가 짧게 느껴진다. 그래서 좀더 머물고 싶어지는 건지도 모른다. 치맥으로는 왠지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 갈 곳이 있다. 낮에 백사실계곡으로 가다가 무심히 지나쳤던 '심야오뎅'이 문을 여는 시간이다. 플로리스트로 활동하는 훈남 주인장이 낮에는 꽃을 피우고 밤에는 어묵을 끓여낸다. 부산에서 공수하는 어묵은 생선살이 넉넉하게 들어가 탱글탱글하고 구수하다. 다시마와 가쓰오부시를 넣어 담백하고 시원하게 끓인 어묵 국물은 주인장의 다른 요리가 궁금해질 만큼 맛깔스럽다. 일주일에 수․목․금․토 4일만 문을 여는데 꼭 전화를 해보고 갈 것. 영업시간 20:00~02:00. 심야오뎅 1만 5,000원, 야끼소바 9,000원.
[왼쪽/오른쪽]산모퉁이를 돌아서 만나는 '심야오뎅' / '심야오뎅'의 대표 메뉴인 어묵탕
여행정보
유쾌한 황당
주소 :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 140-1
문의 : 070-8658-3448, korean.visitkorea.or.kr
소소한 풍경
주소 :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40길 75
문의 : 02-395-5035, korean.visitkorea.or.kr
부빙
주소 :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 136
문의 : 02-394-8288, korean.visitkorea.or.kr
사이
주소 : 서울 종로구 백석동길 1
문의 : 02-395-4242
심야오뎅
주소 : 서울 종로구 백석동길 156
문의 : 02-379-0996, korean.visitkorea.or.kr
1.주변 여행지
백사실계곡 : 종로구 부암동 115 / 02-731-0395 / korean.visitkorea.or.kr
경복궁 : 종로구 삼청로 37 / 02-3700-3900 / korean.visitkorea.or.kr
북촌한옥마을 : 종로구 계동길 37 / 02-3707-8388 / korean.visitkorea.or.kr
2.숙소
센터마크호텔 : 종로구 인사동5길 38 / 02-731-1000 / korean.visitkorea.or.kr
한옥스테이 효선재 : 종로구 율곡로5길 18-12 / 02-725-7979 / korean.visitkorea.or.kr
라임스테이 : 종로구 종로66가길 14 / 010-4074-8808 / 굿스테이 / korean.visitkorea.or.kr
글, 사진 : 민혜경(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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